Ⅰ. 서론
미국 사회의 사회적 자본 손실과 그 소생 방안에 대하여 논한 Putnam(1995)은 고용불안정, 교외화 현상과 장거리 통근, 매스 미디어, 세대 변화 등으로 인하여 미국 사회의 시민적 참여(civic engagement)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사람들 간의 관계로 형성되는 커뮤니티가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붕괴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때 얻을 수 있는 교육, 안전, 행복, 경제적 번영, 민주주의의 발전과 같은 긍정적 요소의 상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교통수단의 발달, 기존 시가지의 혼잡, 높은 수준의 주택가격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교외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근래에 들어 급속도로 발달한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매체를 활용한 비대면성·익명성 위주의 가상 커뮤니티 만연으로 인하여 실제 사회의 커뮤니티, 사람들 간의 관계, 그리고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덕목(규범, 신뢰,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의 잠재적 손실이 예견되고 있다.
사람들 간의 관계, 커뮤니티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덕목을 경제적 재화의 개념으로 정의·접근한 것이 이른바 사회적 자본이라 불리는 개념이며 그것이 사회에 작용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제고될 경우 경제적 번영, 민주주의의 발전, 공공재의 효율적 관리, 지방정부의 효율성 달성 등과 같은 성과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에서 유추할 때(Fukuyama, 1995; Putnam, 1995; Ostrom, 1999) 높은 수준의 사회적 자본은 사회 전반에 정의 파급효과를 준다는 측면에서 이를 증진시킬만한 가치가 있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그 형성기제를 주로 사람들 간의 접촉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접촉은 개인적 특성인 성별, 연령, 종교, 교육수준, 가족관계 등의 영향과 더불어 커뮤니티 혹은 국가의 역사적 관습, 제도, 성향 등에 의하여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Coleman, 1988; Fukuyama, 1995; Putnam, 1995).
이러한 전통적인 사회적 자본의 형성기제와 더불어 실제 사람들의 접촉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근린환경의 조성과 관련된 도시계획, 교통 분야에서 사회적 자본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부분 구득 가능한 자료의 한계로 한정적인 지역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연구 결과 간의 합의 및 일반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주관적 지표를 설명하기 위하여 개인의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과 같은 상대적으로 해석이 모호하거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주관적 지표를 투입하였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 근린환경 요소를 탐색하고자 하며 상기한 자료의 객관성 및 일반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 전역에 거주하고 있는 약 3만 5천여 명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서울서베이)를 이용하였으며 개인의 인식과 같은 주관적 요소와 더불어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개인 특성(거주유형, 점유형태, 통근수단 등), 그리고 자치구 단위의 근린환경적 특성(주거형태 및 면적구성, 공원 및 체육시설면적, 보도폭 등)을 반영하고자 한다.
Ⅱ. 선행 연구
생산요소에 대한 학술적 정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확장되고 다듬어져 왔다. 특정 사회의 총 산출량이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결합으로 결정된다는 개념이 정립된 이후 생산요소는 기계, 건물과 같은 실물 자본(physical capital)과 교육, 지식의 축적 등으로 노동자의 생산성(노동력)을 향상시키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로 세분화되었으며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실물 자본과 달리 인적 자본은 무형(無形)의 자본이면서 개별 노동자의 숙련 정도, 종사자 간의 정보교류 등에 의하여 축적된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생산성 향상, 다시 말해 인적 자본의 제고를 위하여 도시경제학 측면에서는 집적 경제(agglomeration economies)의 확산을 주장하거나, 사람들 간의 규범(norm), 닫힌 네트워크(closure of network) 등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이용하여 인적 자본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Coleman, 1988).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신뢰, 사회 네트워크, 규범, 호혜성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증진될 경우, 경제적 번영, 공유재의 효율적 관리, 지방정부 효율성, 민주주의의 발전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존재한다(Coleman, 1988; Fukuyama, 1995; Putnam, 1995; Ostrom, 1999).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요소 및 구조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면 Coleman(1988)은 사회적 자본을 특정 행위자로 하여금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규범(norm)으로 정의하였으며 다른 형태의 자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자본을 생산가능하며 그것이 없었더라면 달성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달성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Coleman(1988)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 간의 의무(obligation), 기대(expectation), 신뢰성(trustworthiness)와 정보 채널(information channel), 그리고 규범(norm)과 효율적 제재(effective sanction)를 통하여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닫힌 사회적 네트워크(closure of social networks)와 자발적 사회기관(spontaneous social associations)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사회적 자본과 경제적 번영의 관계를 밝혀낸 Fukuyama(1995)는 특정 사회의 구성원들이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전문 경영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강한 문화적 반감을 가지기 때문에 가족 중심적, 폐쇄적 기업구조를 선호하게 되지만 규율이나 규범을 기반으로 하는 도덕적 공동체 의식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사회적 신뢰가 사회 전반에 존재한다면 해당 사회는 가족 중심의 소규모·폐쇄적 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부터 벗어나 전문성을 가진 타인에 의해 경영되는 대규모·개방적 산업구조로 발전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경제적 번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Putnam(1995)은 사회적 자본을 시민 간의 신뢰(trust)와 호혜성(reciprocity)을 고무시키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상호관계로 정의하였으며,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될 경우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범죄가 예방될 수 있으며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Putnam(1995)은 또한 미국 사회의 사회적 자본 감소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 논함에 있어 정치적 참여, 종교적 참여, 직장에서의 연계 등과 같은 시민적 참여(civic engagement)의 감소가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와 같은 시민적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로 고용불안정, 교외화 현상과 장거리 통근, 매스 미디어, 세대 변화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근린환경과 사회적 자본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도시의 양적 성장, 교통수단의 발달, 혼잡으로 야기된 사회적 비용 등으로 촉발된 교외화 현상과 이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손실 가능성에서 출발하여(Putnam, 1995) 개인의 주거 형태, 개인의 환경에 대한 인식, 그리고 개인이 거주하는 근린환경 특성 등이 사회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어 왔다.
단지규모, 단지 내 면적대의 다양성, 임대와 분양 여부 등 개인이 거주하는 주거형태 및 특성에 따른 사회적 자본의 차이를 규명하고자 한 연구에서는 단지규모가 작고 그 구성이 동질적일수록 사회자본이 증가한다고 하였으며 주민참여는 집단 결속력과 응집력의 척도인 신뢰를 강화시킬 수 있으나 주택유형 간의 신뢰도의 차이에서 유추해볼 때 이웃 간 관계를 강화시키는 주민참여 방안은 주택유형별로 달리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천현숙, 2004; 서종녀·하성규, 2009).
상기한 천현숙(2004)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영구 임대아파트 단지 거주자의 사회적 자본 총량은 가장 높지만 신뢰도는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영구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이 그들의 이웃을 도시빈민으로 바라보는 이른바 사회적 낙인 효과가 존재하며 이로 인하여 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물리적 환경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자본 형성 간의 관계에 대하여서는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는데 개인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그들의 사회적 자본 수준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Freeman, 2001; Kleinhans et al., 2007; Dempey, 2008; 박선희·박병현, 2012; 김승남·김재홍, 2013; 유치선·이수기, 2015; 조혜민·이수기, 2016).
인구밀도가 사회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의 경우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Putnam(1995)은 도시의 교외화, 직주분리로 인하여 인구밀도가 낮아지면 사회구성원들 간의 접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하여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 주장하였으나 인구밀도가 증가할 경우 사람들이 오히려 상호작용에 불편을 느끼고 이로 인하여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됨으로써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Churchman, 1999; Freeman, 2001; Brueckner and Largey, 2008; Dempsey, 2008; Bramley and Power, 2009).
인구밀도와는 별개로 인구의 이동은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떠나게 됨으로써 기존의 인적·사회적 네트워크에 교란이 발생하며 이로 인하여 사회적 자본이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Kleinhans et al., 2007; 김승남 외, 2011).
사람들의 보행환경과 관련이 있는 가로체계와 사회적 자본 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Wood et al., 2012)에서는 가로체계를 직선형, 격자형으로 구성할 경우에는 보행자의 편의성은 증진되지만 사람들이 서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줄어들어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연구에서는 쿨데삭(Cul-de-sac), 굽은 가로체계(conventional), 전통적 격자형 가로체계(traditional), 격자형과 쿨데삭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가로체계(hybrid)로 가로체계를 분류하였으며 각 가로체계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자본 수준을 조사한 결과 쿨데삭 또는 굽은 가로체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자본 수준이 가장 높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토지 및 건축의 용도와 관련하여 주거 용도로만 구성된 지역보다 복합용도(mixed-use)로 이용되고 있는 지역의 사회적 자본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상점, 선술집, 교회 등이 도보권역 내에 존재할 때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갖는 것으로 분석되었다(Freeman, 2001; Leyden, 2003; Dempsey, 2008).
통근수단과 관련하여 도보나 대중교통이 아닌 개인교통수단(차량)을 이용할 경우 타인과의 일상적 접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하여 사회적 자본 수준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Putnam, 1995; Freeman, 2001).
상기한 근린환경과 사회적 자본 간의 관계에 관한 논의 이전에 Jacobs(1961)는 보행의 매력도를 증진시킬 수 있는 작은 블록 체계 및 용도 다양화를 도입하고 공원 등 공용 공간의 확보를 통하여 사람들이 상호 접촉할 수 있도록 하여야 쇠퇴하고 있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러한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통하여 사회 구성원들 간의 접촉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경우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고, 상호 간의 자연스러운 감시(natural surveillance)를 통하여 치안이 확보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러한 논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도시계획적 요소와 공동체 그리고 사회적 자본과의 관계를 개략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기한 선행연구를 종합해보면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간의 접촉에 의하여 형성되며 개인적 특성, 사회구조적 특성, 그리고 근린환경 특성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근린환경과 사회적 자본 간의 관계에 대한 선행연구로 범위를 좁히면 사회적 자본은 개인이 거주하는 주택 유형에서부터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 근린의 밀도, 가로체계, 복합용도이용, 통근수단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모두 사람들 간의 대면접촉 가능성과 관련된 요인들로 해석할 수 있다.
근린환경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 사람들 간의 접촉이 활성화될 수도 있고 쇠퇴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대면접촉의 양과 질에 의하여 사회적 신뢰가 결정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자본 형성에 대한 근린환경의 영향을 보다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존 연구의 경우 대부분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에 대한 근린환경의 영향을 평가하거나 서로 상이한 특성을 지니는 샘플 지역에 대한 조사결과로 일반화를 시도하였다는 단점이 존재하며 사회적 자본 수준이라는 주관적 지표를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이라는 주관적 지표로 설명함으로 인하여 객관적 지표에 의한 설명이 부족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리적으로 서울특별시 전체를 대상으로 비교적 많은 수량의 설문응답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서베이를 이용함으로써 자료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해석의 일반화를 꾀하고자 하였으며 근린환경에 대한 개인의 인식과 같은 주관적 지표와 더불어 각 지역의 현황과 물리적 시설 등을 설명하는 객관적 지표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Ⅲ. 분석 자료 및 방법
서울특별시에서는 서울시민의 삶에 대한 객관적, 주관적 상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매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이하 서울서베이)를 실시하고 있으며 해당 조사에는 사회적 신뢰(가족에 대한 신뢰, 이웃에 대한 신뢰,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에 대한 설문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사회적 신뢰를 대리하는 종속변수로 설정하였으며 2015년 기준 서울서베이 데이터(총 46,837건의 레코드) 중 통근수단 및 보행환경만족도에 대한 결측치가 존재하는 일부 레코드(11,967건)를 제거한 총 34,870건의 레코드를 분석에 이용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사회적 신뢰 형성에 영향을 주는 근린환경 요인을 탐색하는 것이므로 통계적 분석을 수행하기 위하여 사회적 신뢰 변수와 근린환경 변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개인의 일반적 신뢰 수준을 통제하기 위하여 선행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관련된 변인들을 모형에 투입하였으며 이는 성별, 연령, 소득, 자가여부, 금전적 도움 수혜 여부, 통근수단 등으로 정의될 수 있다(Coleman, 1988; Putnam, 1995; 박선희·박병현, 2012; 김승남 외, 2011; 조혜민·이수기, 2016).
근린환경 변수는 크게 개인이 인식하는 근린환경의 수준(Leyden, 2003; Dempsey, 2008)과 수치화될 수 있는 물리적 근린환경의 수준(Freeman, 2001)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상기한 개인 특성,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 그리고 지역 단위로 측정된 근린환경 특성 범주에 포함되는 변수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다만 하기한 변수들 중 개인특성 및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은 서울서베이의 설문항목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본 연구의 설계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개인의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하여 거주지, 시내, 야간 보행환경 만족도 변수를 투입하였으며 이는 보행환경(walkability or pedestrian environment)에 대한 인식 수준과 연관된 거주민들의 보행활동 및 대면접촉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증진에 대한 논의와 관련되어 있다.
개인의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객관적·물리적 근린환경 수준이 개인의 사회적 자본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하여 주거유형 다양성, 주거면적 다양성, 아파트 중위가격, 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 인당 공원 면적, 평균 도로폭, 평균 보도폭, 보행비율, 동 내 통근비율, 전체 용도지구 대비 공업용도지구의 비율 변수를 이용하였다.
주거유형 및 주거면적의 혼합은 주로 사회적 혼합(social mix) 또는 경제적 혼합과 관련된 개념으로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혼합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Costa and Khan, 2003; Murie and Musterd, 2004; Musterd, 2008)하고 있으나 본 연구는 근린환경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 인당 공원 면적, 평균 도로폭, 평균 보도폭, 보행비율, 동 내 통근비율의 경우 시민들의 보행환경 및 대면접촉 가능성 증진과 관련된 변수로써 투입하였으며 전체 용도지구 대비 공업용도지구의 비율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공해나 소음 등으로 인하여 시민들의 보행 및 상호작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에서 도입하였다.
자치구별 중위 아파트가격은 지역의 경제수준을 대변하는 변수로 일반적으로 낙후된 지역(deprived area) 또는 빈민가(ghetto)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나 부정적 낙인(stigmatization)을 경험하고 낮은 사회적 자본을 가진다는 선행연구(Atkinson and Kintrea, 2001; Musterd and Andersson, 2005)를 반영하기 위한 변수이다.
개인이 인식하는 근린환경의 수준 데이터는 종속변수 및 개인 특성 변수와 마찬가지로 서울서베이에서 추출하여 이용하였으며 물리적 근린환경 수준에 대한 변수의 경우 서울통계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치구 단위의 도로, 보도, 공공체육시설, 공원, 용도지구정보, 주택유형, 주택면적 정보를 집계 및 가공하여 산출하였다. 아파트 중위가격 데이터는 아파트 실거래가 DB의 자치구별 중위 아파트가격(2015년 기준)을 이용하였다.
추가적으로 가구통행실태조사(2014)에서 제공하는 각 자치구별 총 통행량 대비 보행 통행량의 비율을 산출하여 자치구의 평균적 보행환경 및 보행성향을 대변하고자 하였으며 각 자치구의 근린 특성 중 직주근접을 설명하기 위한 변수로 서울서베이에서 조사한 동 내 통근여부를 이용하였다.
서울서베이의 응답자 위치정보는 자치구 단위로 제공되고 있으므로 근린환경을 대변하는 변수 또한 자치구 단위로 생성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물리적 근린환경을 대변하는 변수를 집계 및 가공하였으며 이에 관한 세부적 사항은 하기한 바와 같다.
먼저 자치구 내 주택 유형, 면적의 다양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생태학(ecology)에서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을 나타내는데 사용되는 지표 중 종 균일성(evenness)을 보여주는 Shannon Index(이하 H′)를 이용하였으며 이는 아래의 식을 이용하여 산출된다. 일반적으로 H′이 클수록 각 집단의 구성비가 균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수의 종으로 구성된 집단 간을 비교할 경우에는 H′/lnR을 이용하기도 한다.)
H′=Shannon Index
R=전체 종의 개수
pi=전체 종 대비 i종의 구성비
주거유형 다양성 변수는 주택종류별 주택에서 비거주용건물, 영업겸용을 제외한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의 구성비와 H′ 산출식을 이용하여 작성하였으며 주거면적 다양성 변수는 9개 구간으로 나누어진 거래규모별 주택의 비율과 H′ 산출식을 이용하여 작성하였다.
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과 인당 공원 면적은 각 자치구의 공공체육시설 면적, 공원 면적을 주민등록인구로 나누어 산출하였으며 자치구별 평균 도로폭과 평균 보도폭은 각 자치구의 ‘도로면적/도로연장’, ‘보도면적/보도연장’으로 정의하였다.
각 자치구 내 모든 수단(mode)을 이용한 통행량 대비 보행수단을 이용한 통행량의 비율을 보행 비율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해당 자치구의 평균적인 보행성향을 나타내는 변수로 각 지역의 교통수단 이용편의성, 근린환경 등의 영향을 받는 변수이다.
동 내 통근비율은 각 자치구별 통근/통학 인구 중 본인이 속한 법정동 내로 통근/통학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이용하여 산출하였다. 이는 직주근접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자치구별 공업용도지구 비율은 각 자치구별로 자연녹지비율이 매우 상이한 관계로 이를 제거한 후 전체 용도지구면적 대비 공업용도지구의 면적 비율로 설정하였다.
조사 대상자의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 정도는 5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 척도의 경우 신뢰의 정도를 나타내는 서열척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열척도는 등간성이나 절대 영점과 같은 요소가 부재하므로 일반적 회귀분석의 형태로 접근할 경우에는 결과치가 편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개인특성, 환경에 대한 개인의 인식, 물리적 근린환경이 개인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기 위하여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모형(Ordinal Logistic Regression)을 이용하고자 한다.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잠재변수(latent variable, )와 절사점(cutoff point, δi) 개념을 이용하며 독립변수에 의해 설명되는 잠재변수 수치가 절사점에 의해 규정되는 종속변수의 어느 구간에 속하는가에 따라 실제 종속변수가 결정되는 구조이다. 잠재변수와 독립변수 간의 관계는 아래와 같은 선형함수로 표현될 수 있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는 5점으로 구성되며 4개의 절사점(δi)을 가지고 있다. 독립변수로 설명되는 잠재변수값이 5개의 구간 중 어느 곳에 속하는지에 따라 종속변수(yi)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며 이에 대한 예시는 다음과 같다.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모형에서는 절사점 추정을 위하여 개인 i가 종속변수 j를 선택할 확률을 계산하게 되며 이에 대한 식은 아래와 같다.
상기 식의 F(•)는 오차항 ei의 누적분포함수(cumulative distribution function)이며 이러한 오차항에 대하여 로지스틱 분포를 가정하면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모형이 된다.
Ⅳ. 분석 결과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개인 특성,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 근린환경 특성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모형의 유의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Likelihood Ratio 및 Score 검정량을 검토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보았을 때 모형은 매우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Test | χ2 | D.F. | Pr(>χ2 ) |
---|---|---|---|
Likelihood Ratio | 2,359.26 | 51 | <0.0001 |
Score | 2,364.40 | 51 | <0.0001 |
개별 응답자의 특성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하여 성별, 연령, 소득, 거주유형, 점유유형, 타인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경험, 통근수단 등의 변수를 투입하였다.
개인특성을 통제하기 위하여 투입한 성별과 연령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득의 경우 대부분의 소득구간에서 정의 영향을 보였는데 이는 소득이 없는, 즉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타인과의 대면접촉의 기회가 많으며 보다 다양한 규범, 신뢰를 요하는 환경을 마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서베이에서 조사한 소득이 존재하는 응답자 중 상위 1%에 속하는 월평균 소득이 75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구간(소득구간 16, 18, 19)의 경우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경제적 지위가 상승하면 신뢰가 하락하는 것인지 혹은 조사에 포함된 소수 고소득자의 평균적 신뢰수준이 낮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추가적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이는 본 연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제이므로 추후 연구과제로 남겨두기로 한다.
* 음영처리된 부분은 유의확률 5% 수준에서 유의미한 변수임.
타인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경험은 호혜성(reciprocity)을 대변하는 변수로서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그러한 경험이 없는 응답자에 비하여 신뢰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유형은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울특별시의 대표적 거주유형(59.28%, 2015년 주택별 호수 기준)이며 타 거주유형에 비하여 공간적 밀집도가 높은 아파트 거주 여부에 따른 신뢰도 차이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는 주거 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상호작용하여야하는 타인의 수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대한 감정적 과부하(sensory overload) 상태에 빠지고 이로 인하여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Churchman, 1999; Freeman, 2001)을 검증하기 위함인데 실제로 아파트 거주자는 타 유형 거주자에 대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신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높은 주거밀집도는 오히려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점유유형은 자가, 전세, 월세로 구분되는데 월세 거주자를 기준으로 놓고 자가 여부와 전세 여부의 신뢰에 대한 영향을 검토해보았다.
분석 결과 자가와 전세 거주자는 월세 거주자 대비 신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역에 대한 애착도(place attachment)나 거주기간(length of residence)이 사회적 자본과 정의 관계에 있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부분이다(Freeman, 2001; Leyden, 2003; Kleinhans et al., 2007; 김승남, 2011).
개인의 통근수단은 서울서베이 상에서 ‘도보’, ‘자전거’, ‘자전거+기타교통수단’, ‘오토바이’, ‘버스’, ‘지하철’, ‘버스+지하철’, ‘택시’, ‘승용차’, ‘승용차+버스’, ‘승용차+지하철’, ‘기타’ 등 총 12개 수단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이를 분석 상의 편의를 위하여 ‘도보’, ‘대중교통’, ‘택시’, ‘승용차’, 그리고 ‘기타’ 등 5개 유형으로 재분류하였다.
‘대중교통’ 유형에는 ‘버스’, ‘지하철’, ‘버스+지하철’ 수단을 포함하였으며 ‘승용차’ 유형에는 ‘승용차’와 더불어 타 교통수단을 혼용하는 ‘승용차+버스’, ‘승용차+지하철’ 수단을 포함하였다. ‘도보’와 ‘택시’ 이외의 교통수단은 모두 ‘기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기타’ 유형을 기준으로 유의확률 5% 수준에서 ‘도보’, ‘택시’를 이용하여 통근하는 사람들의 평균적 신뢰수준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평균적 신뢰수준은 유의확률 1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유형과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회적 신뢰는 ‘도보’, ‘대중교통’, ‘택시’ 등을 이용하여 통근하는 사람들이 ‘승용차’ 및 ‘기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통근하는 사람들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통근수단을 이용할 경우 신뢰가 제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서베이에 존재하는 보행환경에 대한 인식은 주거지 보행환경 만족도, 시내 보행환경 만족도, 야간 보행환경 만족도로 구성된다.
우선 주거지 보행환경 만족도는 모든 구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근린의 보행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시내 보행환경 만족도 또한 주거지 보행환경 만족도와 마찬가지로 전체 구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기한 두 가지의 보행환경 만족도와는 달리 야간 보행환경 만족도는 신뢰에 정비례하는 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일반적 보행환경보다는 야간 보행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사람들 간의 신뢰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야간 보행환경이 사람들이 체감하는 안전과 관련이 있다고 가정할 때 타인에 대한 신뢰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안전함의 수준과 비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근린환경을 각 응답자가 속한 자치구로 정의한 이후 주거형태의 다양성, 주거면적의 다양성, 해당 자치구의 중위 아파트 가격, 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 인당 공원 면적, 평균 도로폭, 평균 보도폭, 보행 비율, 동 내 통근여부, 용도지구 중 공업용도지구의 비율과 같은 근린환경과 관련된 변인이 개별 응답자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주거형태의 다양성은 각 자치구의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아파트의 구성적 균일성(evenness)을 대변하는 수치이며 분석결과 응답자가 속한 자치구 내의 주거형태 다양성은 각 응답자의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뢰 향상을 위한 주거형태의 혼합(mixing)을 꾀하는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는 달리 주거면적의 다양성은 신뢰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상호 간의 신뢰 증진을 달성하기 위하여 주거면적의 다양성을 확대시키는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가격은 주거서비스에 대한 지불용의액을 의미하며 이는 주택의 크기, 지리적 위치, 품질, 근린환경, 교육환경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특정 지역에 높은 주택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주거서비스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계층이 주로 거주한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주택가격은 주택 및 근린환경의 품질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소득수준을 대변하는 변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참고로 할 때 분석모형에 투입한 자치구별 아파트 중위가격이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준다는 것은 소득이 높은 지역 혹은 근린환경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신뢰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앞서 개인특성에서 투입한 소득 변수의 유의미성을 뒷받침하며 좋은 근린환경이 사회적 통합을 달성하는데 중요하다는 Dempsey(2008)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과 인당 공원 면적은 모두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람들의 상기한 시설들이 사람들의 신체적 활동 촉진을 통하여 건강 수준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대면접촉 기회를 증가시킴으로써 사회적 신뢰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다음으로 각 자치구의 평균 도로폭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통과 교통량 증대를 위해 설계된 대로, 광로 등과 같은 차량 위주의 도시체계가 보행환경을 위협하고 이로 인하여 사람들이 근린환경 내에서 도보활동을 꺼리게 되면서 사람들 간의 신뢰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보행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었던 자치구별 평균 보도폭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물리적 보행환경과 더불어 특정 자치구의 보행 수단 분담률(modal share)을 대변하는 보행 비율을 변수로 투입하였는데 이는 앞선 분석 자료의 변수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도의 물리적 환경(보행환경)과 더불어 타 교통수단과의 대체성, 해당 자치구 거주민의 보행성향, 근린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변수라 할 수 있다.
뢰 형성에 대한 보행비율의 정의 영향력은 결과적으로는 높은 보행비율로 인하여 사회적 신뢰가 증진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 과정은 두 갈래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 가설로 타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성 및 이용효율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보행이 강제되고 이로 인하여 보행량 및 사회적 신뢰가 증진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와는 반대로 두 번째 가설을 설정해보면 보행하기 좋은 환경으로 인하여 타 교통수단 대비 보행에 대한 매력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하여 보행비율 및 사회적 신뢰가 증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치구별 보행비율 결정 과정에 대하여서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동 내 통근비율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정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존의 교외화 현상으로 인한 장거리 통근과 이로 인한 일상적 대면접촉 기회의 상실로 사회적 자본이 감소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하며(Putnam, 2000) 주거용도로 획일화된 지역보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활동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신뢰가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직주근접은 지역주민 간의 단순한 대면접촉 수준을 넘어 상호 간의 거래라는 목적성을 갖는 상호작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신뢰에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마지막으로 자치구별 공업용도지구 비율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공업지역에서 발생하는 공해, 소음, 공동화현상 등의 부정적 환경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보행 및 상호작용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금천구(40.74%), 영등포구(32.12%), 구로구(28.55%) 등 공업용도지구의 비율이 높은 자치구는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화 차이, 소득격차 등의 요소가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유추해볼 수 있다. 실제 인종·문화적 분리(segregation)로 인하여 사회적 신뢰에 유의미한 영향이 존재한다는 연구(하승현 외, 2017)가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 및 실제 물리적 근린환경이 실제 사회적 신뢰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탐색적 연구로써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보행환경 및 대면접촉의 역할을 강조한 Jacobs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분석모형 내 변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응답자 개인의 개별적 성향에 따른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성별, 연령, 소득수준, 도움을 받은 경험 등의 변수를 이용하여 이를 통제하였으며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본 근린환경과 사회적 신뢰 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거주유형과 관련하여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타 주택유형 거주자에 비하여 신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혼잡함이 사람들 간의 관계에 피로감을 줌으로써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점유유형의 측면에서 자가 및 전세 거주자의 신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역에 대한 애착도나 거주기간이 사회적 자본과 정의 관계에 있다는 기존 연구와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통근수단의 경우, 보행, 택시를 이용하여 통행하는 사람들의 신뢰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 유의수준을 10%로 완화하였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또한 기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하여 평균적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반대로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뢰 수준은 기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보행, 택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평균적 신뢰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통행 도중 발생하는 타인과의 접촉이 사회적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행환경 만족도 중에서 신뢰에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주는 항목은 야간 보행환경 만족도였는데 이는 단순히 보행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보다 범죄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사회적 자본 형성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야간 보행환경 만족도와는 달리 주거지, 시내 보행환경 만족도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상기한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로 물리적 근린환경이 신뢰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밝히기 위하여 주거형태의 다양성, 주거면적의 다양성, 주택가격, 공공체육시설 및 공원, 평균 도로폭, 평균 보도폭, 보행비율, 동 내 통근비율, 공업용도지구 비율과 같은 요인을 투입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주거형태의 다양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사회계층 통합을 위한 주거형태 다양성 확대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주거면적의 다양성은 이와는 반대로 신뢰에 대하여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회적 신뢰 향상을 위한 주거면적의 혼합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가격을 대리하는 변수로 자치구별 중위 아파트가격을 투입하였는데 이는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에 정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이 높거나 근린환경이 우수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평균적 신뢰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는 기존의 연구와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인당 공공체육시설 면적과 공원 면적은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공공체육시설이나 공원을 공급함으로써 시민들의 신체적 활동을 촉진하고, 그들의 건강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는 1차적 효과와 더불어 사람들 간의 대면접촉 기회를 증진시킴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량위주의 도시체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평균 도로폭은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행의 매력도를 증진시킬 수 있는 평균 보도폭은 사회적 신뢰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의 물리적 환경, 타 교통수단과의 대체성, 근린환경, 거주민의 보행성향 등이 반영된 보행비율은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보행활동 자체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및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분석 결과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보행비율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하여서는 추가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직주근접을 대변하는 변수인 동 내 통근비율은 신뢰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회적 자본 형성에 획일적 주거용도 이용보다 다양한 용도의 복합이 중요하다는 기존의 연구와도 부합하는 결과이다.
공해, 소음, 공동화현상 등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보행 및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된 공업용도지구 비율은 실제 그러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공업용도지구 비율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사회적 분리(segregation)가 사회적 신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또한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기존의 사회적 자본 형성 기제에 관한 연구는 소규모 지역 내 거주민의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이라는 주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진행된 바 있으나 본 연구는 거주인구 1천만 명의 대도시인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약 3만 5천 명의 사회적 신뢰와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 자료를 이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자료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분석결과의 일반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로 개인의 근린환경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하였던 기존 연구와는 달리 사회적 신뢰라는 주관적 지표를 서울특별시 내 25개 자치구의 물리적 환경이라는 객관적 지표로 설명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역별 객관적 지표의 차이가 지역별 거주민의 사회적 신뢰를 차별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 기존 연구자들이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신뢰를 보다 잘 형성하기 위하여 대면접촉의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는 보행환경, 공원이나 체육시설과 같은 근린시설, 그리고 대중교통 편의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추가적으로 여러 계층 간의 연계형(bridging)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주거면적의 다양화 또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이론적 논의에 대한 실증적 입증과 더불어 본 연구에서 새로이 밝혀낸 것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의 보행환경에 대한 인식 중 주거지와 시내 보행환경 만족도는 신뢰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은 반면 야간 보행환경 만족도는 신뢰에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하여 유추해보면 사회적 신뢰 수준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걷기 좋은 보행환경(walkability)을 구축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보행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이는 사람들 간의 자연적인 감시(natural surveillance),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와 같은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기존의 연구에서는 교외화 현상으로 인한 장거리 통근의 폐해에 집중하였으나 이에 대한 논의를 보다 세분화하여 동 내 통근비율로써 대변되는 직주 근접의 사회적 신뢰 형성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동 내 통근을 한다는 것은 거주지와 직장이 매우 인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서울특별시 법정동의 면적 특성을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의 법정동 평균 면적은 1,297,008㎡로 동의 지리적 형상이 정방형이라고 가정할 때 한 변의 길이가 약 1km 수준인 매우 작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동 내 통근을 한다는 것은 주거지역으로부터 보행범위 내에 속하는 지역에서 경제적 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동 내 통근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신뢰가 높다는 것은 단순한 복합용도 이용의 사회적 신뢰 향상에 대한 논의를 넘어 거주 지역에서 주거서비스만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활동을 병행할 경우 사람들 간의 대면접촉 가능성이 증가하고 상호 간의 지속적인 거래로 인한 신뢰가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공업용도지구에 속하는 공장과 같은 시설이 만들어내는 공해, 소음, 공동화현상 등의 부정적 영향은 사람들의 보행 및 상호작용을 감소시킴으로써 신뢰에 부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내었다는 점이다. 또한 서울특별시 내 공업용도지구의 특수성이 신뢰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의 한계에서 후술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한계는 개인의 근린환경을 개인이 속한 자치구의 환경으로 가정함에 따라 근린환경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점인데 이는 서울서베이에서 개인의 주소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개인의 주소지 정보를 구득할 수 있다면 보다 현실성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와 같은 자료의 한계와 더불어 통제 및 설명변수 중에서 본 연구의 논의를 벗어나는 일부 논점에 대한 추가적 설명이 부재한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업용도지구의 비율이 높은 금천구, 영등포구, 구로구의 경우 2015년 기준 전체 주민등록 인구 대비 외국인 인구의 비율이 각각 12.87%, 16.02%, 11.70% 수준으로 서울특별시 전체의 주민등록인구 대비 외국인 인구 비율인 4.4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평균적 신뢰 수준(1.8457) 또한 서울특별시의 평균 신뢰수준(2.1079)을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높은 비율의 외국인 인구가 인종·문화적 분리(segregation) 현상을 통하여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둘째, 지역별 통행수단분담률 중 보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강남구가 28.66%로 가장 낮으며 중랑구가 51.76%로 그 비율의 편차가 매우 큰 편이며 이러한 보행비율의 차이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되는 요인은 물리적 환경(보행환경)과 더불어 타 교통수단과의 대체성, 해당 자치구 거주민의 보행성향, 근린환경 등이 있을 수 있으며 각 자치구의 보행을 촉진하거나 혹은 강제하는 요소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셋째, 소득수준에 따른 사회적 신뢰의 차이는 연구자별로 상이한 결론을 보이는데 본 연구의 통제변수로 투입한 소득수준의 경우, 저소득, 중소득 구간의 경우 소득이 없는 집단에 비하여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의 수준이 높았으나 고소득 구간에서는 오히려 신뢰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재하였다.
상기한 주제의 경우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논의의 범주를 넘어서기 때문에 추후 연구주제로 남기고자 하며 사회적 신뢰(자본)의 형성에 대한 이해의 증진을 위하여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