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깡통전세란 무엇인가? 깡통전세는 임차인이 퇴거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인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대중들 사이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그 사용 용례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최근의 연구(김지혜 외, 2019)에서 학술적으로 “주택가격이 전세가격과 유사하여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상태”로 정의되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을 포기한다면 임차인은 주택 경매를 통해 회수된 금액을 돌려받고자 할 것인데, 주택이 깡통전세 상태라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배당 선순위에 해당하는 근저당권, 미납국세 등이 경매대금보다 많다면 임차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몫은 더 줄어든다. 즉, 깡통전세 상태라면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할 리스크가 생긴다.
보증금 미반환과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역전세이다. 역전세는 “전세가격이 하락하여 발생하는 현상으로 전세 계약이 만료된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김지혜 외, 2019)으로 정의된다. 정의상 차이를 살펴보면, 깡통전세는 주택가격 하락과 관련이 있고 역전세는 전세가격의 하락과 관련이 있다는 점과, 깡통전세는 단순히 주택가격이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정의한 반면 역전세는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 자체를 정의하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위험관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PD/LGD법1)에서는 예상 손실을 E[L]=PD·LGD(L: loss, PD: probability of default, LGD: loss given default)로 나타낸다. 이 관점에서 살펴보면, 상기 정의는 역전세 위험은 PD와, 깡통전세 위험은 LGD와 관련 있다고 보는 셈이다.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보증금 미반환은 전세가격 및 주택가격의 움직임 외에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벌어진다. 지금 당장 전세가격이 하락했거나 집이 깡통전세 상태이더라도 법적 분쟁 및 이사에 드는 금전적·시간적 비용 등을 고려하여 임대인과 협상 후 보증금 전체 반환을 요청하지 않고 일부 조정하여 계속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은 임차인의 성향, 임대인과의 협상력 등 정성적인 요인의 영향력이 강하여 정량적인 측정이 쉽지 않다.
이 연구에서는 보증금 미반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깡통전세에 집중하여 깡통전세의 발생확률을 추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위에 언급한 여러 정성적인 요인들을 제외하면, 보증금 미반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요인은 역전세와 깡통전세이다. 이 중 깡통전세에 대한 분석은 위 PD/LGD법의 관점에서는 LGD를 구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깡통전세 상태라면 임대인이 주택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는 PD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하여 진행된 최근의 실증적 연구들(민병철, 2021; 박진백 외, 2022; 한국은행, 2019)은 주로 역전세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김지혜 외(2019)가 제시한 역전세의 정의에 기초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깡통전세에 대해서는 연구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최근 박진백 외(2022)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다루면서 깡통전세의 영향을 고려하였으나, 최근 매매가 이루어진 건 중 보증금을 승계한 건만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데서 범위적 한계가 있다.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관한 이론적인 연구들은 이를 채권에 부여된 옵션과 같다고 보고 분석하였다(김정화·배광일, 2015; 배광일, 2012; Ambrose and Kim, 2003). 전세 계약의 임대인은 주택가격이 하락하여 전세가 이하로 떨어질 시 전세보증금을 행사가격으로 주택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가진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러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는 전월세전환율에 반영되어,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클수록 전월세전환율이 높아진다.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는 Black and Sholes(1973)의 옵션가격결정 모형을 사용하여 평가하였는데, 현재 매매가, 최초 계약 전세가, 만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주택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받는다.
실증적 연구들(민병철, 2021; 한국은행, 2019)과 이론적인 연구들(김정화·배광일, 2015; 배광일, 2012; Ambrose and Kim, 2003)은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관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이론적인 연구들은 주택가격이 보증금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임대인이 전략적 부도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자산 시장이 균형상태에 있을 때(그리고 거래비용, 조세, 불확실성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주택 자산이 특별한 초과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볼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재 음(−)의 가치를 지니는 주택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깡통전세 상태인 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하기 때문에, 역전세와 깡통전세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반면 실증적인 연구들은 매매가격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보증금 하락분을 자기 금융자산과 추가차입으로 내어줄 수 있으면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는 주택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집주인은 다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보기에 주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이 투영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론적인 연구들은 자산시장의 완전한 균형상태 및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임대인을 가정하지만, 실증적인 연구들은 주택자산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상승률을 상정하거나, 혹은 최소한 자신이 갭투자로 구입한 주택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믿는 임대인을 가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현재 계약이 이루어진 전세 계약 건 중 만기에 깡통전세 상태일 것으로 예상되는 비중을 추정하였다. 이는 실증적인 연구에서 채택한 관점에서는 예상 손실을 추정하기 위해 필요한 LGD와 관련된 분석이며, 이론적인 연구의 관점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 그 자체를 추정하는 것과 같다.
이론적인 연구(김정화·배광일, 2015; 배광일, 2012; Ambrose and Kim, 2003)에서 이용하는 옵션가치평가 모형을 이용하면 깡통전세의 발생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지만, 기존 연구들에서 사용한 주택가격 변동성 변수는 깡통전세의 발생위험을 크게 과소평가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주택가격의 변동성에 대한 지표로 주택가격지수 변화율의 표준편차를 이용하였다(Ambrose and Kim, 2003 등). 주택가격지수는 평균적인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되어, 가격지수의 변동률은 평균적인 가격의 변동률을 나타낸다. 하지만 역전세나 깡통전세는 주택가격 급락기가 아니라면, 평균적인 움직임보다 크게 하락한 주택에서 발생한다. 주택가격지수가 2년간 10% 하락하더라도 계약시점에 모든 주택의 전세가율이 80% 이하였다면 가격지수의 변동성만으로는 깡통전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가격지수가 10% 하락할 때 개별 주택 중에는 가격이 1% 하락하는 주택이 있을 수 있는 반면 20% 이상 하락하는 주택도 있을 수 있다. 깡통전세는 후자와 같이 가격이 평균보다 크게 하락한 주택에서 발생한다. 즉, 이론적인 모형에 사용되는 주택가격의 변화율에는 평균적인 가격 수준의 시계열적 변동성뿐 아니라, 주택 간 가격 변화율 편차에 대한 정보도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연구와 가장 관련 있는 실증적인 연구로는 박진백 외(2022)가 있다. 이들은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를 추정하면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추정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깡통전세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까지 고려하였다. 구체적으로, 2017년 9월~2022년 6월까지 발생한 매매계약 건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를 이용하여 전세보증금을 승계하여 매입한 경우를 분석하였다. 해당 주택에 대하여 매매가격하락률을 1%~30%로 설정하여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계산하였다.
이 연구가 박진백 외(2022)의 연구와 차별화하는 지점은 첫째, 분석 대상을 최근에 전세 계약을 승계하면서 매매계약이 일어난 건뿐 아니라 전세 계약 전체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자료를 통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체결된 전체 전세 계약 건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둘째, 이 연구는 모든 주택의 주택가격 변화율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현실적인 시나리오 설정을 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역전세 및 깡통전세의 위험성을 다룬 대부분의 연구는 모든 주택에 동일한 가격변화율을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였는데,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만큼, 각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역사상 한 번도 모든 주택의 가격 상승률이 동일했던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설정한 각 시나리오에 얼마만큼의 의미를 부여할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다. 나름대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자면, 전체 주택의 평균적인 움직임인 가격지수와 연동하여 이러한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역전세나 깡통전세는 통상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가격 변동성을 보인 집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앞서 이론적 연구들에서 주택가격의 변동률로 주택가격지수의 변동률을 사용하였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과 동일하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10% 하락한다는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의 발생확률로 역사적으로 주택가격지수가 1년 동안 10% 하락하였던 빈도를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역사적으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였던 적은 많지 않으므로, 해당 시나리오는 발생할 확률이 매우 적다고 평가될 것이다. 이때,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격이나 매매가격이 10% 하락하더라도 역전세나 깡통전세가 발생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는 역전세나 깡통전세의 위험은 매우 적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주택가격지수가 1% 상승하더라도 전세가격이나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사례가 존재하며, 이러한 주택에서 역전세나 깡통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 주택가격지수가 10% 하락하는 상황은 전체 주택의 평균 가격 변화율이 10% 하락한다는 것이므로, 실제로는 30% 이상 하락하는 건의 비중도 상당히 존재한다.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병철(2021)에서 제시한 바를 따라 매매가격의 조건부 변화율 분포를 구하고 이를 토대로 깡통전세의 발생확률을 추정하였다. 조건부 변화율 분포란 매매가격지수가 일정 폭 변화할 때 해당 기간 개별 주택의 가격 변화율 분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주택가격지수의 변화율에 대한 시나리오를 설정하였을 때 각 상황에서의 매매가격 변화율 분포를 말한다. 이를 이용하여, 주택가격 변화율 시나리오별로 깡통전세 발생확률을 추정하였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이론적인 모형에 사용되는 주택가격의 변화율에 반영되어야 할 평균적인 가격 수준의 시계열적 변동성과 주택 간 가격 변화율 편차 중 시계열적 변동성은 통제한 상태로 주택 간 가격 변화율 편차에만 초점을 맞춰 위험을 추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II. 분석 방법 및 분석 자료
전세 계약만기 시점에 깡통전세 상태일지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정을 거쳤다. 1) 최초 계약된 보증금 수준 정보 수집, 2) 해당 주택의 현재 매매가 추정, 3) 깡통전세 상태가 되기 위한 주택가격 하락률 계산, 4) 만기 시점에 3)에서 계산한 주택가격 하락 폭이 실현되어 있을 확률 계산. 4)에서 계산한 확률은 해당 전세 계약이 만기 시점에 깡통전세 상태일 확률을 의미한다. 체결된 모든 계약에 대하여 이러한 확률을 계산하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기 시점에 깡통전세 상태일 주택의 비중에 대한 분포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분석 대상 주택과 주요 특성이 같은 다른 주택의 실거래 가격을 이용하여 현재 주택가격을 추정하고, 이를 최초 계약된 보증금과 비교하여 만기 시 깡통전세가 되기 위한 주택가격 하락률을 계산하였다. 주요 특성이 같은 다른 주택의 실거래 가격을 이용하는 것은 주택가격의 패널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선행연구(김경외·정성도, 2017; 류강민·이상영, 2010; 이영수·심소임, 2016)에서 사용한 방법과 같다. 이는 주요 특성이 같은 아파트들은 같은 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동일주택 가정이 전제된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시군구 단위의 주소, 단지명, 면적, 층(2층 이하/초과)이 같다면 같은 주택으로 취급하였다. 이를 기준으로 해당 정보가 모두 같은 매매 기록과 전세 기록을 연결하였다. 또한, 최근 3개월 평균 거래가격을 계산하되, 현재(2022년 7월) 주택가격이 없는 경우, 정보가 존재하는 최종 가격에 해당 지역(시군구 단위) 및 면적대에 해당하는 아파트 가격지수 상승률을 적용하여 2022년 7월 가격을 추정하였다.
주택가격 변화율 시나리오별로 위에서 계산한 주택가격 하락률이 발생할 확률을 구하기 위해서는 민병철(2021; 2022)에서 사용한 방법을 따라, 조건부 실거래 가격 변화율 분포를 도출하였다. 조건부 실거래 가격 변화율 분포란, 가격지수가 일정 폭 변할 때 해당 시기·지역의 개별 주택의 가격 변화율 분포를 의미한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방법으로 패널자료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매매가격의 2년 변동률을 계산하였는데, 전세 거래의 계약기간이 통상 2년임을 고려하였다. 이를 토대로 조건부 실거래 가격 변화율 분포를 도출하였다. 조건부 실거래 가격 변화율에 대한 누적 확률분포의 도출 방법은 <식 1>과 같다.
여기서 ri,t는 i 지역, t 시점부터 향후 2년간 매매가격지수 변화율, ri,j,t는 i 지역, j 아파트 단지, t 시점에 구입한 주택의 향후 2년 매매가격 변화율이며, ni,j,t는 i 지역, j 아파트 단지, t 시점의 거래량이다. I(condition)은 condition이 참이면 1, 거짓이면 0의 값을 갖는 함수이다. , 는 각각 조건의 대상이 되는 매매가격지수 변화율 구간의 상한과 하한이다. 예를 들어, 는 u5=−0.05, l5=−0.10이라 할 때, 기준 시점으로부터 향후 2년간 매매가격지수가 5%~10% 하락하는 지역에서 해당 월 거래된 표본 중 향후 2년간 매매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비중을 뜻하며, 10% 초과 20% 이하로 하락한 비중은 F3 (−0.10)-F3 (−0.20)로 나타낼 수 있다. 이후 편의상 <식 1>로 계산한 분포는 조건부 분포라 지칭한다.
위에서 구한 조건부 분포를 이용해 깡통전세가 되기 위한 주택가격 하락 폭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할 때는 만기까지의 잔여 계약기간을 고려하였다. 조건부 분포는 2년 가격 변화율을 기준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깡통전세 발생확률 계산에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전세 계약을 맺은 한 주택이 깡통전세 상태가 되기 위한 주택가격 하락 폭이 rreq고 만기까지 잔여기간이 t개월인 경우, 2년 기준 깡통전세가 되기 위한 요구 가격 하락률은 (1+rreq)t/24-1과 같다. 조건부 분포에서 가격하락률 r이 (1+rreq)t/24-1 이상일 확률 P(r≧(1+rreq)t/24-1)을 구하고, 이 확률을 해당 주택이 만기 시 깡통전세가 될 확률로 사용하였다.
깡통전세 여부를 확률적으로 추정하므로, 전체 시장에서 깡통전세의 비중 또한 분포로 나타나게 된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깡통전세의 비중 분포를 도출한 후, 이의 중간값을 구하였다. 구체적으로, 전세 계약의 개수가 n개일 때 난수 xi,j~Unif(0,1),j=1,…,n을 생성하면 는 i번째 시뮬레이션에서 깡통전세의 비중이 된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깡통전세의 비중에 대한 분포를 구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10,000번 반복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국토교통부에서 공개한 개별 아파트의 전세 및 매매 실거래 정보를 사용하였다. 국토교통부는 확정일자를 신고한 거래의 기본 정보들을 공개한다. 국토교통부 자체적으로 일부 자료 정제를 한 후 공개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다.
매매가격지수에 대한 조건부 가격 변동률 분포를 도출하기 위해 사용한 표본 기간은 2006년 1월부터 2022년 3월이며, 기초통계량은 <표 1>에 나타내었다. 2015년, 2020년 근처에서 거래량이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평균 거래가격은 2006년 1억 4,619만 원에서 2020년 3억 5,457만 원까지 증가하였다가 2022년 2억 9,311만 원까지 다시 하락하였다. 거래 최댓값은 2022년 거래된 145억 원이었으며, 최솟값은 2016년 거래된 100만 원이었다.
분석 대상인 전세 실거래 자료는 2021년 상반기, 2021년 하반기, 2022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수집하였다. 기초통계량은 <표 2>에 나타내었다. 대체로 각 6개월 동안 약 27만 건의 거래정보가 있었으며, 평균 전세가격은 3억 원에서 3억 2천만 원 수준이었다. 최댓값은 75억 원, 최솟값은 14만 원이었다.
연도 | 관측수 | 평균값 | 표준편차 | 최댓값 | 최솟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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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반기 | 269,462 | 30,527 | 23,611 | 710,000 | 300 |
2021년 하반기 | 266,415 | 32,843 | 25,227 | 505,000 | 298 |
2022년 상반기 | 273,530 | 32,317 | 23,926 | 750,000 | 14 |
조건부 분포를 히스토스램 형태로 나타낸 예시는 <표 3>과 같다. 히스토그램의 각 구간에 포함된 표본 수를 각 열의 표본 총수로 나누어 비율 형태로 나타내었다. 실제 분석에서는 2년 가격 변화율이 −50% 이하이거나 150% 초과인 건들은 하나의 구간으로 처리하였다. 이 이상의 범위에서는 표본의 수가 매우 적어 더 극단적인 가격 변화율의 발생빈도가 더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예: −80%인 건수가 −60%인 건수보다 많은 경우)이다. 실제로 가격변화율이 −50% 이하인 건들은 전체 표본의 0.009%, 150% 초과인 건들은 전체의 0.135%로,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150% 초과인 건들의 비중이 다소 높아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사례는 대부분 주택가격 상승기에 발생한 것으로, <표 3>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 가격지수가 하락하는 경우의 조건부 분포에서는 그 빈도가 매우 낮다.
III. 분석 결과
매매가격지수 2년 변화율에 대한 조건부 분포는 <그림 1>과 같다. 주요 특징들은 민병철(2022)에서 매매가격지수 3년 변화율 분포를 계산하여 정리한 특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지수 상승률이 높을수록 개별 가격 변화율 분포 또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가격지수 상승률이 높을 때에 비해 가격지수가 하락할 때는 개별 주택간 가격 편차가 작은 특징도 볼 수 있다.
이 분포를 이용하여 만기 시 예상 깡통전세 비율은 시기별로 각각 <표 4>, <표 5>, <표 6>에 나타내었다. 여기서 예상 깡통전세 비율이란 깡통전세 비율 분포의 중간값을 의미한다. 먼저 <표 4>는 2021년 상반기에 계약이 체결되어 2023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 건에 대한 분석 결과이다. 시나리오 1은 평균적인 시나리오로, 2022년 7월부터 주택가격지수 하락 폭이 연평균 0%~10%라고 가정하였다. 시나리오 2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가격지수가 연평균 20%~30% 수준의 하락 폭을 나타낸다고 가정하였다. 박진백 외(2022)는 주택가격 하락 시나리오를 1%~30%로 다양하게 잡았는데, 본 연구의 시나리오는 해당 연구의 시나리오 중 낙관적인 부분과 비관적인 부분을 나누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시나리오 1에서는 3.1%의 전세 건이, 시나리오 2에서는 6.5%의 전세 건이 만기 시 깡통전세 상태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만, 지역별 편차가 매우 커 대구광역시는 시나리오 1하에서도 16.9%의 아파트 전세 건이 깡통전세 상태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는 대구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시작되어, 이미 현재 시점(2022년 7월)에 최초 전세 계약 체결 시점보다 매매가가 상당히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는 전세가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깡통전세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표 5>는 2021년 하반기에 거래가 체결되어 2023년 하반기에 만기가 예정된 건들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나타낸다. 2023년 상반기에 만기가 예정된 건에 비해 만기까지 잔여 시간이 길어, 잠재적 주택가격 하락에 노출된 시간 또한 길어지므로 만기 시 깡통 전세 확률 또한 높아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시나리오 1에서도 대구뿐 아니라 경북에서 만기 시 예상 깡통전세 비율이 20%를 넘겼으며, 시나리오 2에서는 대구, 경북뿐 아니라 울산에서 해당 비율이 40%를 넘었다.
<표 6>은 2022년 상반기에 거래가 체결되어 2024년 상반기에 만기가 예정된 건들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나타낸다. <표 4>와 <표 5>를 비교하면 모든 지역에서 만기 시 깡통전세 확률이 올라갔으나, <표 5>와 <표 6>을 비교하면 대구에서는 오히려 위험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주택가격 조정보다 전세가격의 조정이 더 크게 이루어진 결과인데, 2022년 1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100.0에서 2022년 7월 98.1로 1.9% 하락할 동안 아파트 전세 가격지수는 100.0에서 96.9로 3.1% 하락하였다(출처: KB 주택가격지수). 따라서 2022년 상반기에 체결된 전세 건들은 이전에 체결된 건들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졌으므로, 잠재적인 주택가격 하락에 더 오랫동안 노출되지만, 오히려 살짝 낮은 위험을 보인다.
이 연구에서 도출한 깡통전세의 위험이 다소 높아 보일 수 있지만, 비슷한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박진백 외(2022)는 2024년 상반기까지 주택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분석 대상 중 약 40%에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물론 본 연구에서는 깡통전세 상태일 확률 자체를 추정하였고, 박진백 외(2022)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가정으로 추정하였다는 차이가 있지만, 해당 연구에서도 깡통전세 상태일 때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지도록 가정했다는 점에서 결과에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IV. 결론
이 연구는 최초로 전수 자료를 이용해 깡통전세의 발생 비율을 추정하고자 하였다. 만기 시 깡통전세일지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최초 계약된 보증금 수준, 현재 해당 주택의 매매가격, 만기까지의 잔여기간, 그리고 만기까지의 주택 가격 변화율 정보가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주택 가격 변화율은 주택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 주택가격지수의 움직임을 모든 주택에 적용하기보다는 주택가격 변화율 분포를 이용하여 가격의 이질성을 반영하였다.
추정 결과, 이미 주택가격 하락이 시작된 대구광역시의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건에 비해 2023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건들은 잠재적 주택가격 하락에 노출될 시간이 길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구광역시의 경우, 최근 매매시장의 가격 조정보다 임차시장의 가격 조정이 더 급격하게 이루어져 전세가율이 낮아진 상태로 전세 계약이 맺어져, 2024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건들은 2023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건에 비해 위험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의 첫 번째 한계는 동일한 특성을 가진 주택은 동일한 가격을 가질 것이라는 동일주택 가정을 사용했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조망권, 주택의 수리 상태, 로열층 등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차이는 무시되었다.
두 번째 한계는 주택의 과거 가격변화와 미래 가격 변화가 독립적이라는 가정을 한 것이다. 주택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기상관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단기간에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에 비해 이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주택가격 급락으로 깡통전세 상태가 될 위험은 과거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주택에서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 부분까지는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으며, 이는 후속 연구에서 다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 번째 주요 한계는 가격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아파트로 분석 대상을 한정하였다는 데 있다. 동일 주택에 대한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특성상, 이 연구에서는 기본 속성이 유사한 주택의 가격은 같다고 가정하고 가격 정보를 추정하였다. 이러한 가정을 사용하면 단지가 형성된 아파트는 거래 정보가 어느 정보 확보가 되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아파트로 분석 대상을 한정지었지만, 최근의 깡통전세는 최초 전세 계약 시점에 아직 매매가격이 불투명한 신축빌라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주변 시세를 파악할 능력이 부족한 임차인이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후, 시장에서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발견된다면 깡통전세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아파트와는 달리 동일주택 가정을 적용할 수 있는 표본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 및 이를 이용한 가격 분포를 다른 방식을 통해 생성해야 한다. 이 때 랜덤포레스트와 같은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할 수 있다.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각 시점의 해당 주택의 가격을 추정한 후, 이를 이용하여 가격 변화율 분포를 만들 수 있다. 주택가격 변화율 분포를 생성한다면, 나머지 과정은 아파트와 동일하게 적용하여 깡통전세의 위험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아파트로 분석 대상을 제한하였으며, 나머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